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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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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Journalist. Movie & Pop Culture.

이번 경향의 '문화유랑'에는. 후반기 8연패로 시작한 LG트윈스를 보며 마음을 달래는 글을 썼다. ‘3할의 삶과 7할의 운’ n.news.naver.com/mnews/articl...

[김봉석의 문화유랑]3할의 삶과 7할의 운| 김봉석 문화평론가 지난주에 응원하는 야구팀 LG트윈스가 8연패를 했다. 지난 8연패는 2018년 7월31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8월9일 삼성전까지였다. 엄청나게 화가 나거나, 누군가를 심하게 질책하고픈 생각은 들지n.news.naver.com

호감이 가도 연락을 잘 못하는데, 그래도 이전에 허감독에게 연락해서 얼굴보고 잠깐씩이라도 이야기를 할 것을. 작년인가 영화아카데미 졸전 갔다가 우연히 길에서 만나 한 번 보자고 인사를 나눈 게 마지막 기억이다. <창백한 얼굴들>, 아직 보지 못한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두 개의 장편 애니를 남기고, 황망히 떠난 허감독이 그립다. 좋은 이들, 좋았던 이들에게 문득, 갑자기 연락도 하며 살아야겠다. 다, 내 잘못 같다. 부디 잘 가시게나.

허범욱 감독 RIP. 허감독을 만난 게 너댓번이었나. 제대로 이야기를 한 건 두어번이고, 스치며 잠깐 말을 나누었다. 김민섭 작가와 약속을 했는데, 숭문고등학교 후배라며 같이 왔다. 학연, 지연 중요하지 않게 여기지만, 워낙 사소한 학교라 사회생활 하면서 동기는 물론 동문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숭문의 추억은 참 좋았던지라, 즐거운 만남이었다. 김민섭 작가의 부고글을 보니, 허감독은 그 시절 친구가 많지 않았단다. 나도 죽으면 장례식장에 올 초중고 친구는 아마 하나도 없다. 아쉽다. 나도 많이 낯을 가리는 편이라

30년 지기 선배를 만나 간만에 술을 마셨다. 고개를 드니 TV 화면에 <첨밀밀>을 방영하고 있었다. 그 시절 장만옥과 여명. 미키마우스 문신. 1986년, 1995년. 지나고 나니,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선배도 나도 추억에 젖어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니, 좋았네. 무엇인가의 전성기를 경험한디는 것은 참 좋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술 마신 김에 떠올리니 홍콩 영화의 전성기도, 학생운동의 피크였던 87년의 격동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였던 90년대 후반부터의 시간도.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지만,

'힘든 일이 많았구나.' 하는 가벼운 감상만 품었다가 내일이면 잊어 주는. 누구라도 좋으니, 우리의 일면을 알아주길.’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낯선 거리에 불빛이 켜졌고, 그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풍경이 아름답게 보였다. 후배가 이끌렸던 교실의 빛, 충분히 이해한다. 자신의 것이 아닌 빛일수록 아름답게 보인다. 맨션, 아파트, 주택단지. 그들 창문 안쪽에도 고독과 아픔과 후회와 폭력이 당연히 존재하며, 빛이라는 이름의 어둠도 있음을 알면서도 매혹된다.’ ‘불확실성은 자유롭고 또 쓸쓸하다.

‘바꿀 수 있었을 지도 모를 과거와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를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 ‘이런 놀이에 우승해 봐야 득 될 것은 없다. 보상도 없고 해결도 복수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기고 싶은 것이다. 사소하게, 하찮게 승리를 장식하고 싶다. 작은 훈장에 가슴을 펴고 싶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낯선 누군가가 지금의 대화를 전부 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동정도 공감도 필요 없고,

<스몰 월드> 이치호 미치 ‘스몰 월드’에서 살아간다. 내가 뭔 짓을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혼신을 다해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작은 삶 어디에나 ‘격동’이 있다. 이치호 미치는 섣부르게 선의나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렇게, 뒤엉키며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스몰 월드‘를 굳건하게 지키고, 손을 잡거나 지켜본다. 당신들의 세계처럼 거대하고 멋지지 않겠지만, ’하찮게 승리를 장식’하며 살아간다. 잔잔하게 마음에 들어오는 단편집이었다. 마왕의 귀환, 피크닉, 사랑의 적량, 장례식 등등.

익숙한 존재가 갑자기 변해버릴 때다.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내가 00로 보여?'라며 변하거나, 거울을 보는데 미묘하게 동작이 다르거나 표정이 변할 때, 늘 가던 공간이 뭔가 낯설게 드러날 때 등등. <백룸>은 '이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현실과 기억에서 뒤틀려 있기에 아주 리얼하고 이질감, 위화감을 준다. 그래서 서늘하고, 케인 파슨스는 유튜브 영상과 영화의 문법이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과시한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무엇을 담아내는가. <백룸>은 '의문'을 던지면서, 하나씩 짚고 넘어간다. 답이 나오지 않아도,

<백룸> 케인 파슨스, A24. 도시괴담을 시원으로, 케인 파슨스가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 엄청 화제가 되었고, 마침내 영화 연출까지 맡아 대성공을 거둔 영화. 일본의 <8번 출구>와 비슷한 점도 있는데, 그건 원작을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식상한 결말로 확장하는 바람에 재미가 없었다. <백룸>은 유튜브 영상을 기초로, 정교하게 기억이 쌓이고 뒤틀리고 확장되는 '공간'을 잘 그려낸다. 단순한 죄책감이나 후회의 발현이 아니라, 공간 자체의 '생명력'을 보여준달까.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하나는,

누구나 다 기본인 듯. 나는 절대 옳고, 어딘가에서 권위 슬쩍 빌려다 내 말이 ‘진리‘라고 우기는 것. 그럴 수도 있는데, 보통의 개인이 아니라 영향력이 있는 (공인 아니고) ‘인플루언서‘라면 많이 위험하고 자중해야 한다. 그냥 나는 나다. 졸작인데, 내가 좋은 걸 어쩌라고. 잘 만들었는데, 나는 지독하게 이 작품이 싫어. 뭐 이런 취향들의 전시로 시끄러운 세상이면 더 좋겠다. 어딘가에서는 객관적으로 분석의 증거를 맞춰가고, 서로 싸우면서 실낱같은 합의를 찾아가고.

취향과 평가는 다르지. 잘 만들고 좋은 작품이지만 취향에 따라 싫어할 수 있고, 졸작에 괴상해도 취향에 맞을 수 있다. 이건 취향입니다, 라고 할 거면 정확하게, 이건 취향인데 나는 이런 게 좋아, 라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이게 걸작이야 어쩌고 마구 분석하고 평가한 후에 그걸 시비거는 이들에게 ‘취향’인데 어쩌라고 투덜대면 곤란하다. 문제는, 취향을 평가와 객관적 판단으로 스스로 착각하는 것.(물론 예술 영역은 객관 자체가 모호하지만.) 내가 좋아하면 이건 걸작이어야 하고, 싫어하면 졸작이어야 한다. 이런 태도가 요즘은 여기저기,

사실 정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서 놀랐다. 더욱 파격적이거나 쓰라린 사건들이 벌어질까 했는데. 그래도 묵직하게 여운이 남는다. '가해자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바보예요. 눈만 감으면 불쾌한 일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달라요. 늘 기억을 곱씹으며 원인을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현인이 되어가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개념을 배웠습니다........힘을 가진 사람이 선두에 서서 다양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야시 마리코의 <8050> <불쾌한 과실>의 하야시 마리코는 여성의 욕망과 이기심 등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한데, 사회적으로 무거운 작품도 잘 쓴다. <8050>은 히키코모리가 시간이 흘러 부모가 80대가 되어도, 여전히 부모의 연금만으로 살아가는 일본 세태를 그린다. 부모가 히키코모리 자식과 함께 죽거나, 부모의 죽음을 숨기고 연금을 계속 받는 등의 사건들도 자주 일어난다. 직접적으로 8050을 그리지는 않고, 이지메를 당해 7년간 히키코모리가 된 아들과 함께 소송을 통해 한걸음 나아가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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